독후감 기록 : 2007. 7. 9.
어문계열 학과에 들어갔다고 대학교 1학년 때 이런 책도 읽었다. 마무리를 보니 뜨끔하다. 한때는 신문기사도 잘 읽었는데... 복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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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독후감 한바닥 썼는데 컴퓨터가 맛 가서 한순간에 날아갔다ㅠㅠ)
그니까 내가 방금까지 머라고 썼었냐하면
조선의 역관은 엄청난 잔머리쟁이었다는 거.. 적어도 돈벌이 측면에선 말이다. 물론 외교 협상에서도 머리는 잘 돌아갔다. 책의 표지에도 적혀 있듯이, 이들이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배경에는 조정에서 연행 길에 필요한 자금을 전혀 지원해주지 않아 자금조달 측면에서 꼭 필요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여행 경비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명령한 각종 정보수집과 정보수집을 위한 뇌물(좋게 말해 진상품) 및 정보를 줄 수 있는 인맥 형성을 위한 품위유지비 등등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신들을 대신해 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외교관계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고위층과의 관계가 두터울 수밖에 없었고 이들의 비호를 받았다. 그로 인해 이들의 재산 축적은 더 용이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축적된 재산은 후에 집안 후손 역관들이 신문물을 들여오고 시중에 유통하며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다. 오경석(고유명사에 약하지만, 근현대사 시간에 배워서 이건 외움)은 에로호 사건, 태평천국운동이 일어난 중국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며 (소)중화사상에 취한 조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진단했다. 그래서 자신과 함께 배운 양반 자제들(역관 시험 과목에는 한학도 있었으므로 이들은 외국어뿐만 아니라 한학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었다)에게 직접 책을 사서 나눠주고 실학/개화 사상을 전파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를 움직이기에는 너무 젊어서 힘이 없었다. 그리고 역관에게는 '중인'이라는 신분적 한계가 있었다.
조선 초기, 신생국가의 신선함과 활력이 살아있던 시기에 역관은 당연히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여성이 자유로웠고 신사임당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사회였다. 그러나 양반 지배층의 배타적 태도로 인해 역관은 신라의 6두품과 같이 실력 있는 2인자의 자리에 오르는게 전부였다. 이렇게 되니까 직접 교역국의 실정을 마주할 수 없는 관료들의 시야는 좁아졌고 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관들은 중화사상에 입각한 명분론을 앞세우는 양반과 달리 철저히 실리적이었다. 명분론이 득세하면 현실과의 괴리르 메우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명분'만' 앞세우고 현실을 경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하지만 조선의 주류 관료들은 명분론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중국과 일본의 변화, 또는 변화 양상에 따라 우리나라가 맞이하게 될 현실을 알려주는 역관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이것이 지금에 와서는 좀 많이 한심해 보이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힘을 얻은 이유였으며 위정척사 운동이 조선을 휩쓸었던 배경이다.
역관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소통하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정세를 알려주는 창이었다(조선 후기에는 상인집단이 무역 영역의 일을 나누긴 했다). 여진, 몽고, 위구르족처럼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여러 민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통로이기도 했다. 그래서 중화사상에 갇힌 양반에 비해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자립심 있게 행동했다. 역관 홍순언의 백두산정계비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도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상징되는 최부자가 바로 역관 출신이며 허생에게 돈을 빌려주는 변씨도 역관이었다.
난 어쨌거나 외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으로서(전공성적은 논외로 하고) 여러 언어에 능통하기에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했던 역관의 모습을 주의 깊게 봤다. 나 역시 조선의 역관들처럼 무역에 대한 감각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감각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마무리가 너무너무 초딩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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