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나의 이슬람(090701)

Zoe_0911 2019. 1. 5. 10:48



후기 기록 : 2009.7.1.

 

중동 이슬람 문화에 대한 책을 찾았는데 대출을 받아 집에 오는 길에 펼쳐보니 인도네시아 전반에 관한 책이라서 놀랐다. 나는 골라도 전공 관련 책을 고르나 하고 말이다.

 

간단히 소개하면, 보통 이슬람과 관련된 책을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는 절대 충족시키지 않으며 인도네시아 사회와 이슬람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인도네시아 사람의 85% 이상이 무슬림이니까 인니 사회 전반에 관한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인도네시아 사회를 알고 싶어도 추천할만하다.

 

저자는 외교관의 딸로서 외국에서 교육받은 지성인이자, 서양인과 결혼한 무슬림으로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슬람과 관련된 인습과 좋지 않은 영향을 비판한다. 저러다가 가족이나 지인들이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할 정도로 신랄하게 꼬집는데 저자의 안위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인니에 있을 때 수하르토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간지 얼마 안 된 터라 뉴스를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대충 보기에 전 대통령을 엄청나게 영웅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학기 시사 분석 시간에 보고서를 쓰면서 수하르토 대통령은 한국 역대 대통령들이 비난받는 사항을 한사람이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신기하고 의아했었다. 군사 쿠데타로 인한 정당성의 부재와 일당독재, 다양성 속의 통일이라는 국시에서 다양성은 무시하고 통일만 강압했던 모습, 소수자에 대한 엄청난 탄압, 미봉책에 불과한 정책 등... 저자는 대통령의 치부를 덮고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방식만 고집하는 정부와,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국민을 비판한다.

 

특히 소수자에 대한 탄압은 압권이다. 그중에서 중국인과 동티모르인들처럼 20세기에 자행된 학살극을 묵인하고 역사에서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국민들의 태도는 내 생각에 400년에 가까운 식민지 경험을 통해 몸에 밴 무사안일주의 근성 때문인 것 같다. 소수자들이 탄압받는 이유는 이슬람이 일신교라서 그렇다. 저자는 코란에는 차별하라는 말이 없다면서, 많은 일신교 비판자들처럼 종교가 생기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탄압받던 소수자 중에 중국인들은 좋은 머리와 재빠른 실행력으로 빠르게 상업적 주류의 위치를 회복하였다. 인도네시아가 일반 선진국의 길을 가면서 자신들이 죽여대던 화교들이 국내 기득권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중국이 개방하기 전에 화인들은 중국인도, 인도네시아인도 아니었지만, 중국이 아시아의 패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지금은 중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인니 화인들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아주 좋은 보험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중국은 화인들을 통해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인니 경제를 잠식하여 곧 인니 경제권은 중국의 손에 달리게 된다.

 

많은 무슬림들은 종교보다 정치가 구별짓기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다수는 소수자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면 다양성 존중 등의 가치를 들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두려워져서 억압하게 된다. 아니면 다 함께 누군가를 억압하는 행위를 통해 내부의 결속력을 도모하든가. 기득권 세력이지만, 서구 세력이나 일부 화인들에게 밀리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고, 이슬람이 점점 변질되어 개인 욕구와 사회를 통제하면서 개인의 욕구 자체가 억압되었으니 엉뚱한 데서 기쁨과 동질감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인니 소수자들은 숨죽이고 살아간다.

 

나는 이런 게 아까 썼듯이 저자가 호주인과 결혼해서 본인이 속한 사회를 비판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남아있을 가족이 걱정되지만. 어쨌든 인니 현대사의 몇몇 장면을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서구화된 무슬림의 시각을 접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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